감
우리 집 마당가에 자리 잡은 감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잎 하나하나 떨어질 때 만져보면 올해는 더욱 윤기가 있고 색감이 예쁜 것을 느낍니다. 나무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 단풍과 함께 어우러져 제법 운치를 자아냅니다. 며칠 전 밤사이에 비오고 바람이 새 차게 불었던 다음날은 나무 밑이 울긋불긋 물든 감나무 잎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더욱 선명하게 감의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감잎으로 자신들을 가리고 수줍던 모습으로 있었던 탓인지 감잎부터 먼저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자신감이 있는지 차가운 밤에 감나무 잎들을 다 내리고 자신이 채워졌음을 유유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색깔로도, 맛으로도, 크기로도 성숙되었음을 자신 있게 드러냅니다. 잎들이 다 떨어지면 감나무는 볼 것이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차가운 바람 속에 더 깊이 맛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주님 나는 많은 세월도 지났지만 나의 부끄러움을 가려주시는 주님의 은혜의 옷을 그 많은 세월동안 입혀주셨지만 아직도 내가 주님의 사랑과 말씀으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성숙 했습니다 라고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신앙이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우리 동네는 감나무와 장미가 잘 자란다고 소문나 있습니다.
토양이나 북한 산 자락이라는 특수성이 있나 싶습니다.
감은 사과나 배처럼 봄부터 시작이 되어 점차 자라서 감꽃을 피우고 본격적인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어찌 보면 천천히 자라는 편입니다. 하지만 봄부터 시작하여 4계절을 다 겪습니다. 다음달 초순이면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입니다. 입동이 지나면 잎을 다 떨군 채 감나무 가지에는 연붉은 감이 꽃처럼 매달려 온 몸으로 찬 서리와 찬바람을 맞이합니다.
과일 중에 제일 짧은 이름을 지닌 과일이 '감'입니다.
감의 종류는 많습니다. 떫은 감도 있고 단감도 있습니다. 떫은 감은 재래종입니다.
부유, 이두, 서조, 애탕, 시전시, 적시, 회전신부지 , 사곡시, 단성시, 고종시, 대봉 등등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감을 재배하게 된 것은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원래가 감은 동아시아지역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단감이 들어온 것은 그다지 오래 된 것은 아닙니다. 1927년에 진영역장을 지낸 일본 사람이 한국사람과 결혼하면서 진영중부에 처음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감은 딱딱한 정도와 색과 생김새에 따라서 연시, 홍시, 반시, 건시로 나누기도 합니다. 맛있게 먹는 방법도 감의 종류를 알아야 쓸모가 있습니다.
감은 효능이 많습니다. 목이 쉽게 건조해지는 경우, 풍부한 비타민C, 해독작용, 숙취해소, 고혈압, 콜레스테롤 함량저하, 전립선 등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비가 심한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적당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며칠 전에 저의 집에 여러분의 손님들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몇 분의 성도들이 대접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한 집사님이 저희 집에 있는 감을 따 달라고 부탁해서 몇 개를 따드렸습니다.
다음날 그 집사님은 마술사처럼 병속에 아주 예쁜 색깔을 지닌 부드럽고 예쁘고 달콤한 감 말랭이 같은 것을 가져왔습니다. 몇 시간 껍질을 깎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밤새 건조기 속에 넣어서 만든 수고의 결과들이었습니다. 그것을 예쁜 접시에 다과와 함께 하나씩 펼쳐 나열해 담아놓으니 고상하고 멋진 고품격 다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우리 집 감나무가 저렇게 유용하게 쓰임 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감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해마다 많은 가지를 자르고 베어버릴 생각을 했는데 올해는 감나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시옵소서."라고 고백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기뻐하는 모습으로 쓰일 때를 말합니다. 감은 절대로 속이 익지 않았는데 겉모습만 빨갛지 않습니다. 속이 파라면 겉도 파랗습니다. 속에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속과 겉은 똑같습니다. 속과 겉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것처럼 연기하는 사람들도 진정으로 예수님을 만나면 연기할 필요가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