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가을걷이가 끝나면 바쁘게 일손을 다시 찾습니다. 한겨울을 나야 되는 먹거리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제일 큰 일이 김장을 담그는 일입니다. 식사를 책임지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김장만 끝내도 가장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가볍고 시원한 마음을 갖습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겨울에는 파란색을 지닌 싱싱한 야채는 구경할 수도 없었습니다. 엽록소가 풍부한 초록색 채소는 아마도 임금님 밥상이나 올라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이야 온상재배로 계절에 상관없이 야채나 과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여름에나 맛볼 수 있는 수박을 여전히 한 겨울에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김치가 모든 야채를 대표하고, 모든 반찬의 대표선수였습니다. 김치하고 쌀만 있으면 살아가는데 지장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김치는 밥상에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김장하는 풍속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추운 곳에 쭈그리고 앉아 떨면서 배추의 겉을 다듬고 소금물에 담그고 하는 수고의 과정을 생략해서 바로 자기가 원하는 양념 넣고 김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절임배추’를 택배로 보내 줍니다. 물론 김장하지 않고 완제품 된 김치를 사먹는 것은 보편화 되었습니다. 주부들에게는 한결 수월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때론 정다운 이웃끼리 서로 도우면서 소통했던 모습이나, 갓 시집온 새댁이 자신의 일솜씨를 은근슬쩍 내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나, 온가족이 오순도순 둘러 앉아 파를 다듬고 마늘을 찧고 김치를 버무리는 전경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오늘 이른 아침부터 성도들이 배추실고 오는 차를 기다려 함께 배추를 내리고 다듬고 절였습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던 배추라서 그런지 이파리 한 장이라도 버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다뤘습니다. 그저 나이를 잊은 채 열심히 김치 담그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음식을 만드는 데는 다들 일가견이 있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배추가 좋으면 김치는 어떻게 하든 맛이 있습니다.”라며 맛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배추를 절이는 것은 고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소금의 농도와 시간, 골고루 소금기가 들어가도록 조절하는 것들이 절임에 있어서 생명입니다.
잘 절여졌다는 것은 배추 자신 속으로 소금을 받아들였다는 삼투압작용입니다.
잘 절여지면 김치는 오히려 싱싱해집니다. 우리의 삶도 우리의 구주되시는 주님이 우리 안에 영적인 삼투압으로 들어오시면 우리의 삶은 더욱 싱싱하고 맛깔 나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성령님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면 성령님의 맛이 존재합니다. 주님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면 내 자신 속에 있던 옛 삶의 근거들은 자동으로 빠져나오고 삶은 새로운 맛이 있고 힘이 생깁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성령으로 이 겨울에 영적인 김장을 해볼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