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은 삶의 연주
비가 내리니 개울가에 물내려가는 소리가 힘 있게 들립니다. 잠깐 햇빛이 나니 길 건너 개울에 꼬마들이 앞 다퉈 텀벙텀벙 들어갑니다. 잠시 후에 어른들도 따라 들어가 돌들을 의자삼아 학처럼 앉아 있습니다. 흐르는 물에 근심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흘려보낸 듯이 물길을 바라보며 여유를 갖습니다. 그 모습이 참 좋습니다.
마음에 단골손님처럼 찾아와 짐 되었던 것들이 저 흐르는 물에 비록 발만 담그고 있지만 다 씻겨 내려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장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 흥겨운 콧노래가 넘치는 시간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자투리 시간의 여유도 아무나 누린 것은 아닙니다. 누릴 기회가 있어도 누릴 여유에 무관심한 사람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여유를 낭비라고 여기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기계는 사람보다 더 많이 쉬어야 되는 것은 정밀 기계를 다뤄본 사람은 다 똑같이 말합니다. 기계도 쉬어야 되는데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몇 년 전에 2시간 정도를 운전해서 높은 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확 트인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5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1m만 옆으로 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며 정중히 부탁을 해왔습니다.
일단 자리를 비켜드리고 왜 그 자리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말을 걸기도 전에 돗자리를 펴고 큰 보따리를 옆에 놓고 누워 잠을 청합니다. 그 자리가 있기가 민망해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갔더니 거기에는 20여명이 사진기를 설치하고 앵글을 조정한다고 여념이 없었습니다. 아마 사진 촬영하는데 최고 좋은 위치가 바로 이곳 이었구나를 알았습니다. 저야 높은 곳에 올라 넓은 산야를 보고 기지개를 펼 요량으로 왔지만 저분들은 사진 속에 담아내려고 왔구나를 생각하니 약간은 멋쩍게 느껴졌습니다. 이분들은 사진기 옆에 의자와 먹을 것 그리고 덮을 것들을 준비해서 앉아서 어떤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금 전에 자리를 양보했던 그곳으로 돌아가 한 참을 앉아 있으니 그 아저씨는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자던 잠을 멈추고 일어납니다.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풀기 시작합니다. 얼핏만 봐도 고성능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셋팅이 되었는지 저 먼 산을 향해 찰칵 찰칵 몇 번의 셔터를 눌러보며 만족스런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두꺼운 점퍼에서 건빵을 꺼내주며 자리 양보해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아니 그 자리가 그 자리지 뭐 별 차이가 있습니까?, 사진기도 비싼 것 같은데 잘 찍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저는 이곳에서 5년이나 찍었습니다. 좋은 사진기가 좋은 작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비싼 사진기는 약간의 도움은 됩니다.”라며 정색을 하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좋은 사진 작품은 찍는 위치와 찍는 사람이 중요합니다.”라며 덧붙입니다. 그분 앞에서 사진에 대한 무식함이 한 번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음속으로 어차피 문외한인 것이 들통이 난 이상 그러면 이분에게 좀 배우자고 마음먹고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듭니까?”, “어떤 사진도 좋은 사진기가 찍는 것은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사람이 찍습니다. 그래서 내가 서있는 위치가 중요합니다. 또한 구도를 말 맞춰야 합니다.”라고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말이요, 생명력 있는 즉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특별한 것이 요구됩니까?”라고 묻자, 잠깐 명상하듯 머뭇머뭇 거리다가 그분이 “그것은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계속 사진기만 바라본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쉼을 가져야 됩니다. 그래서 제가 와서 잠부터 잔겁니다. 충분히 쉼을 얻으면 거기서 얻어지는 힘으로 혼을 불어넣어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게 한 다음에서야 작품이 나옵니다.”라며 자신의 사진작가로서 철학을 말해주었습니다. 서로 헤어짐의 인사를 마치려는데 혹시 사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꺼내주었습니다. 굽이진 길로 들어설 때까지 헤어짐을 아쉬워하듯 그분은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휴게소에 잠깐 들르면서 그분이 주었던 명함을 보니 모대학교 수학과 교수 분이었습니다. 쉼을 얻기 위한 야지에서 밤샘을 하면서 마음의 에너지를 담고 담아내는 사진 찍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그분이 멋있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사람은 음악 같은 존재입니다. 연주를 하면 삶의 좋은 노래를 담아냅니다. 음악은 악보가 있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음표가 있습니다. 모든 음표는 더 높게도 더 낮게도 길게도 짧게도 할 수가 있고 생략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쉼표를 생략하면 더 이상 연주는 불가능합니다. 사람은 더욱 쉼이 중요합니다. 쉼은 노는 것이 아니고 멈추는 것은 더욱더 아닙니다. 쉼은 모험이며 도전입니다. 아는 세계에서 모르는 세계로 넘어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모험을 시도해볼 때 기회도 생기고 가슴이 뛸 드라마 같은 삶도 생깁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쉼에서 시작됩니다. 주님은 안식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쉼은 삶을 연주해줍니다.
너무 멋진 대화에요...
주님 기뻐하시는 그 쉼으로 제 삶이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저 달려가기만 하는 삶에 경종을 울리는 듯 합니다.
주님 안에서 참된 쉼을 얻기 원합니다 ..
제 마음을 다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