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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칼럼

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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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신 들려오는 소식은 누가 성공 했어요 보다는 누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데, 아니면 누구의 자녀가 결혼한데라는 것들이 대부분 입니다.   얼마 전 한 친구 자녀의 결혼식에 참여했습니다.  잘 차려입은 양가의 부모들이 자리하는 앞좌석에  어떤 할머니 한분이 단아하게  앉아계시었습니다.  신부 쪽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셔도 참 많은가보구나 했습니다. 앞으로 나가 자세히 보니까  신부 쪽 부모가 앉은 자리에서 1미터 쯤 앞에 할머니가 자리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신부 쪽은 부모가 앉은 자리에 3명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핏 봐도 뭔가 사연이 있어 보여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예식이 끝나자  식당에서 친구에게 사정을 물어봤습니다.  친구하는 말" 신부  댁  사돈의 요청으로 자리 배정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깥사둔은 가난한 청상과부의 외동아들이었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겨우 겨우 연명하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지방의 검찰지청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지독스런 가난에 제대로 학교한번 다닐 수 없었고 도시락다운 도시락을 싸준 적도 없었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의 어머니가 하신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자신과 자식의 삶을 주님께 맡긴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들은 " 우리 어머니가 하신 일은 최고의 일을 하셨고  최고로 지혜로운 일을 하셨다"고 칭송을 하고 다닌답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신 어머니가 제일 자랑스럽다고 여긴 검사아들은  결혼식장에서도 어머니를 자랑스러워 자신들보다 앞자리에 앉게  하신 것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신 부모님을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이 시대의  훈훈하고 멋진 표상임에 틀림없습니다. 
인생에서 힘든 시기는 청소년 때나 젊었을 때가 아닙니다.  모든 것들을 점차 놓치게 되는 노년의 때입니다.  힘도 떨어지고 노동력도 줄어들고 주변사람들도 줄어드는 노년기가 삶의 성공을 좌우 합니다. 젊었을 때의 성공은 성공이라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젊은 시절 잘나가는 것은 다 가질 수 있는 기회의 불과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노년의 때에 달려있습니다. 마치 마라톤선수가  처음부터  맨앞에서 달려가면서 박수갈채를 받고 의기 양양하지만 마지막 몇백미터 남겨두고 기력이 쇠하여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힘없이  주저 앉은 모습은 초라함 그 자체가 되고 맙니다. 마지막에 힘을 내야 합니다.  끝에 희망을 두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음을 자랑할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도 아닙니다. 노년을 사는 지혜를 배우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노년을 잘 사는 사람은  주변을 의지하는 것을 철저하게 줄입니다.  자녀나 지인을 의지하기 위하여 주변에 아낌없이 많은 투자를 합니다. 자녀를 향한 사랑보다는 투자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투자는 뭔가 돌려받겠다라는 경제적인 원리가 보이지 않게 작동합니다.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면 섭섭함과 억울함과 외로움과 야속함에  더 깊이 빠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안진씨의  '바람편지'라는 글에  부모가 자기 아들에 대한 많은 뒷바라지 끝에 아들은 성공하게되고  유별난 모성애를 다했던 어머니는 병들어 죽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아들집으로 올라왔습니다. 며느리에게 되도록 잘 보이려고 농사지은 것을 정리해서 갖고 와서 며느리 앞에 내놓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반가워하긴 커녕, 이런 건 안 먹는다는 듯이 한 눈으로 거들떠보고는 한쪽으로 밀어버리고 맙니다. 아들조차도, 손자도, 파출부도, 아무도 반기지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순수 말린 곶감을 손자에게 주면, 손자는 불결하다고 먹지 않고, 할아버지 얘기보다는 오락게임이나 TV를 더 좋아했습니다. 아파트가 답답해서 나갔다가 점심때를 놓치고 들어와도, 강아지 밥은 때맞춰 챙겨주면서도, 노인의 끼니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마른 빵 조각으로 어설피 식탁 틈에 끼여 앉아 아침밥을 겨우 때웠으니, 국물 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도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목이 말라서 부엌에라도 들어갈라치면, 파출부가 질 겁을 합니다. 파출부는 제 집처럼 당당한데, 자기는 왜 그리 눈치만 살펴야 되는지?

노인이 길도 모르는 도시에서 외출을 해도 어딜 가시느냐고 묻는 식구가 없고, 심지어는 파출부조차도 열쇠없이 문 열어달란다고 짜증을 내며, 객식구인 양 성가시다는 취급을 했습니다. 노인은 한 열흘쯤 아들집에 머무는 동안 아들집의 역학 구조를 정확히 간파할 수 있었습니다.
손자는 1번, 며느리는 2번, 돈 벌어오는 아들은 3번, 재롱 부려주는 강아지는 4번, 며느리 대신 일을 해주는 파출부는 5번인데, 군식구나 다름없는 노인 자신은 꼴찌인 6번이 아닌가?
견디다 못한 노인은 옷가지를 챙겨 가방을 쌌습니다. 키운 소를 팔고 대물림한 선산 팔아서 사준 아파트가 아닙니까? 더구나 아들집인데도 남의 집보다 못한 것입니다. 노인은 아들 집을 떠나 시골로 내려가는 길에, 그래도 내 자식인데, 자식에게는 알려야지 하고 버스터미널에서 아들 직장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들 3번아, 나 6번은 그만 내려간다.” 라는 뼈에 사무치는 말을 남기고 아버지는 떠납니다.
이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얼마나 자괴감이 심하셨을까하는 안쓰러움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곧 맞이해야할 미래이기도 합니다. 노년의 지혜로운 삶은 의지하려는 마음을 줄이고 스스로 해보려는 끝없는 도전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에도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습니다.

힘들어도 누군가를 의지하지 말고  자기를  훈련시켜  스스로  해결해야겠다는  야심찬 활동으로 후반전을 잘 달려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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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별님의 댓글
뼈에 사무치는 말씀입니다. 저도 이제는 인생의 후반전을 달려가는 중입니다.기도하는 어머니..,자랑스런 어머니... 무엇이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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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sam님의 댓글
얼마전 전해주셨던 '인생의 해답, 예수그리스도'라는 말씀이 다시한번 깊게 와 닿습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지혜로운 노년, 인생의 후반되기를 기도합니다. 말씀이 삶 깊숙히 녹아져있는 믿음의 사람으로 살것을 다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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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김은정님의 댓글
지금도 미래도... 사람을 의지하려 하지 않고
더욱 주님을 의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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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찬양여인님의 댓글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아직도 자녀에게 매여있는 저의 모습을 봅니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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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여전사님의 댓글
사회부활동을 하며 느낀것중 하나가  사람은 노년이 잘되야 되는구나.. 입니다.
저도 후반전을 사는 사람이 되고보니 이 말씀이 가슴깊이 와 닿네요 ..
 저의 후반전 힘차게 달려가도록 이 말씀 꽉 붙잡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