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칼럼
뿌리는 해답을 준다
몇 년 전에 홍도 옆에 있는 작은 섬에 풍랑으로 며칠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 섬은 장도라고 하는데 평평한 곳은 50평도 안될 정도로 작은 산 하나로 이뤄졌습니다. 그곳에는 5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데 주민들은 대부분 거기서 태어나서 거기서 결혼하고 생을 마친다고 합니다. 그곳에 교실 한 칸짜리 학교와 그만한 크기의 교회가 있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물정은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은 깊은 물속에 들어가 전복을 따고 다시마를 따는 것이 전부입니다. 남편들은 조그마한 배위에서 아내가 깊은 물에서 한바구니 따온 전복을 받아주는 일을 합니다.
그 장도라는 섬 교회에서 수요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수요예배에 10여명정도의 성도들이 모였는데 아무도 성경책이나 찬송가를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예배시간에도 성경찬송을 들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회 입구에는 50여권의 성경과 찬송가가 쌓여있었습니다. 예배 후 그 교회에서 사역하는 여자 전도사님에게"왜 성경이나 찬송가를 예배시간에 갖고 있지 않고 쌓아만 놓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여전도사님이 "이곳 사람들은 아예 글씨를 읽을 줄도 모르고 배우려하지도 않습니다. 저 뒤에 있는 성경은 육지에서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서 있습니다."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잘 한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분야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해도 어떤 분야는 바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능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섬은 10분이면 한 바퀴를 돌고도 남습니다. 여전히 파도는 거세고 뱃길은 완전히 끊겨 가만히 있자니 심난해서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뒤에서 "이것 좀 드세요, 아주 맛있어요!"라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날 수요예배 때 제일 먼저 오셨던 그 교회 여자 집사님이 다시마로 국을 끓였다며 교회로 한 솥 가지고 오는 중이었습니다. 맛있게 먹으면서 그 집사님과 잠깐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집사님은 전라남도 목포에 가본 적이 없고 제일 멀리 나간 곳이 흑산도였답니다. 전기가 없어 TV는 볼 수도 없어서 세상 돌아가는 정치나 경제 등은 잘 모르십니다. 그런데 그 집사님이 해녀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바다 속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박사 같았습니다. 아주 깊은 곳에서 바다 말을 딸 때 지식이나 경험들과 위험할 때에 어떻게 탈출하는지 몸으로 친히 익힌 지식들 그 자체였습니다. 바다 속에서 해초에 묶이면 당황해서 길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그때는 침착하게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고 해초의 뿌리를 찾아 내려가면 저절로 풀린다는 체험을 알려주었습니다. 오히려 뿌리 쪽으로 내려가면 줄기는 하나여서 간다하고 위쪽은 가지가 많고 다른 줄기와 얽혀서 복잡하기 때문이랍니다. 상대적으로 뿌리 쪽은 줄기가 약하고 잘 잘 꺾어지기 때문에 해초에 몸이 묶일 때마다 뿌리 쪽을 찾는 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분은 그런 고비들을 한 해도 몇 번씩 경험을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의 본질보다 옆 줄기에서 나오는 얽이고 설키인 문제
때문에 더 깊은 갈등과 시비가 많습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의 뿌리를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을 만나면 어려움을 피하지 말고 뿌리를 찾아내서 어려움의 뿌리를 뽑아내면 됩니다. 어려움의 뿌리는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어려움의 가지들이 자신들을 묶을 뿐입니다. 어떤 문제라도 문제의 뿌리가 없는 것은 없습니다. 인생의 문제뿐만 아니라 신앙의 문제도 뿌리를 정확히 찾으면 아름답게 해결됩니다. 성공한 사람들도 성공의 뿌리가 있습니다. 행복의 뿌리도 있습니다. 곁가지에 매달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뿌리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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