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무
며칠 전에 뒷산인 둘레 길을 갔습니다. 모든 나무들이 무성했던 한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줄기만 드러낸 채 앙상하게 서있었습니다. 북한산을 바라보는 위치를 어느 곳으로 정할지라도 아름답습니다. 그 중에 제일 압권은 진달래 7부 능선쯤에서 삼각산을 올려볼 때가 최고입니다. 아주 옛날 고려시대에는 북한산을 삼각산이라고 불렀는데 북한산에 자리하며 자태를 지키고 있는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가 세 개의 뿔처럼 서있다 해서 삼각산으로 붙여진 것입니다. 특히 진달래 능선 주변 나무들은 산바람을 가지가지마다 온몸으로 겪고 있었습니다. 온 힘을 다해서 겨울을 버텨 내기 위해서는 이파리 한 개라도 남김없이 다 떨어뜨려서 잎으로 가야할 수액을 최대로 아껴야 합니다. 겨울을 견디기 위한 준비들을 다하고 있어서 그런지 잎이 붙어있는 나무는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오면 나무들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참나무들은 하늘높이 솟아올라있고, 소나무는 겨울의 자태를 자아내고 있는데 거기에 다른 나무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나무가 있었는데 바로 아카시아나무였습니다.
몇 년 전 콤파스라는 태풍과 지난해 태풍에 쓰러져 밑 둥을 드러낸 채 여기저기 쓰러져 뿌리가 하늘로 향하고 주변 나무에 걸쳐진 채 썩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산에서 제일 앙상하게 쓰러져 썩어가고 있는 나무는 아카시아 뿐입니다. 늦여름 우거진 잎들과 가을 입구에 뿜어내는 아카시아 향기는 온 동네를 그윽함으로 적셔놓습니다. 향기 내는 데는 열심 내었지만 정작 뿌리는 손가락 숫자 정도밖에 내리지 않았습니다. 향기 날 때에 코를 가깝게 대지만 쓰러져 썩어진 아카시아나무에 가까이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향기 좋다고 칭찬 받을 때 우쭐거리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만 키웠지 향기를 계속 줄 수 있는 뿌리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바람이 세게 부니까 부러지고 뽑히고 쓰러져 있다가 많은 비가 내리니 떠내려 가다가 물 흐름을 막아 엄청난 재해를 가져다주는 장본인 역할을 합니다. 원래 아카시아나무는 일본에서 왔습니다. 폭우가 나면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는 사방공사용으로 심었지만 오히려 더 큰 아픔만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향기는 뿌리가 잘 내려 폭우 때 튼튼하게 자기를 지켜내는 의지의 승리가 참다운 향기일 것입니다. 꽃으로 나타난 향기가 아니라 어려움을 이겨가는 삶의 향기를 나타낼 때 깊이 우러나는 맛을 지닐 수 있습니다. 뿌리 깊은 신앙의 나무가 되어가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핸드폰 이용해 말씀도 듣고 있고요 칼럼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좋네요 ^^ 잘 활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 깊게 바르게 뿌리 내리겠습니다...